느림의 미학, 멈춰있는 골목 익선동
종로 3가역에서 30m도 떨어지지 않은 곳, 재개발 계획이 무산된 후 낡아버린 90년 된 한옥만이 남았던 익선동 한옥마을,
잊혀 질 것만 같던 그 동네에 2014년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빠르게 변해버린 현대적인 도시 서울에서 변하지 않은 옛 모습과 평화로운 분위기에 젊은이들이 매료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익선동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외관에 독특하고 특색 있는 인테리어를 더해 차별화를 주고 있다는 것. 이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트렌드세터들의 시선을 끌어 인스타그램의 명소로 탈바꿈하였다.
그래서 준비해보았다. 이제는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버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익선동 나들이!
<메이커스 호텔,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길 33>
종로 3가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뉴욕 브루클린 거리에 있을 것 같은 작은 호텔이 보인다.
*TIP 이 앞에서 사진 찍는다면 굳이 뉴욕을 가지 않더라도 뉴욕커처럼 보일 수 있음.
그렇다고 해서 뉴욕 브루클린에서 찍었다고 속이면 창피당할 수 있음.
이 호텔의 맞은편이 바로 요즘 핫~하다는 익선동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자, 이제 익선동 골목 나들이 고고!
<익선동 골목 입구>
입구 초입에서 몇 발자국을 걷다보면 왼쪽 편에 좁디좁은 골목이 하나 나온다. 팔짱끼고 들어가고 싶은 연인들은 포기하길 바란다. 옆으로 가재걸음으로 걸어갈 게 아니라면 좁아서 힘들다. 그냥 한 명씩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이 골목 안에는 한옥 집을 개조해 만든 듯해 보이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아늑한 느낌을 준다. 카페가 아닌 다방이라 지은 이름 때문인지 더욱 정감이 간다.
이 다방에서 나와서 골목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는 작은 레스토랑을 발견할 수 있다. 복고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익선동 거리를 대표하는 명소인 '경양식 1920'이다.
<경양식 1920,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30>
소박한 분위기가 오히려 더 멋스럽다. 이래서 데이트하러 많이 오나 보다. (난 친구랑 가야겠네..)
경양식1920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골목 끝까지 걸어가면 (약 10초?) 오른 편에 기왓장을 높이 쌓아놓은 카페가 우뚝 서있다. 이곳은 바로 '식물'이라는 카페이다.
'식물'은 지금의 익선동 거리에 터줏대감이랄까. 이 거리에 있는 카페, 레스토랑, 스튜디오 등 중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곳이라고 한다. 사실 다들 생겨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그 중에서는 오래됐다고 하니 터줏대감이라고 해주자~!
<카페 식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46-1>
카페 내부로 들어가면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청량한 느낌이 든다. 또한, 익선동에 있는 카페 중 가장 넓은데다가 공간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카페를 나와서 좌측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진 찍기 좋은 스팟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폼 좀 잡아주면 좋아요 몇 십 개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ㅋㅋ
<미담헌 건물 좌측 골목,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41>
<다다익선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골목,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21-12>
자, 이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익선동 나들이는 슬슬 끝이 난다. 익선동의 골목 골목은 미로같이 좁고 작아서 이리저리 부딪힐 순 있지만 기분이 나쁘기보단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한옥의 예스러움에 감탄부터 나온다.
'여행'이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루 딱 1시간만 시간을 내 익선동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아무 계획,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걸어도 좋을, 그게 혹 혼자일지라도 좋을. 익선동은 그런 골목이다.
사람과 공간을 잇다. L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