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간

[영화 유리정원] 누구나 마음속에 숲이 있다.
2017.10.25


<출처: 영화 유리정원>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유리정원>. 영화 포스터에도 적혀있는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라는 짧지만 강렬한 문구가 눈에 띈다.


인간은 죽어서 나무가 된다는 이야기를 믿는 과학도 재연(문근영)은 어릴 적부터 숲의 유리정원에서 자라며 그녀의 가장 포근한 안식처를 ‘숲’ 그리고 ‘나무’로 삼는다.

 


<출처: 영화 유리정원> 

 

숲을 벗어나 도심의 한 대학에 머무르며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배신을 당하고 상처를 입어 다시 숲으로 돌아와 스스로 고립된다.

 

영화 <유리정원>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숲’이 영화 속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누구나 도심의 각박한 생활을 벗어나 ‘힐링’을 떠올릴 때면 깊은 숲의 몽환적인 공간에서 싱그러운 공기와 스치는 바람, 바람이 닿고 간 나뭇잎들과 새들의 지저귐 소리를 상상하곤 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숲이 우리의 상상 속 공간에 가장 걸맞는 모습이다.

 


<출처: 영화 유리정원>



<출처: 영화 유리정원> 

 

또한 숲의 순수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재연(문근영)과도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스로를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재연은 사람과 사랑 사이에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 치유는 숲으로 돌아와 나무들 사이에서 받는다.

 

한편으론 순수해 보이는 재연이지만 숲의 낮과 밤이 다른 것처럼 그녀의 내면은 누구도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미스터리 하다.

 


<출처: 영화 유리정원> 

 

숲은 정말 특출난 비경이거나 생소한 이미지가 아니면 어디서 무얼 찍듯 비슷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로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했다.


-윤지운 촬영감독 인터뷰

CG가 아닌 실제 로케이션을 찾아 신비로운 비경을 넘어 압도적인 모습 그대로의 숲으로 눈길을 끌었던 영화 <유리정원>. 로케이션 마켓에서 촬영지를 소개한다.



S#1. 재연의 실험실, 유리정원


<출처: 영화 유리정원>



<출처: 영화 유리정원>

 

영화 속 재연(문근영)의 실험실은 마치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법한 비밀 정원 같다. 키가 커다란 나무들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유리 정원 속 신비로운 분위기도 ‘재연’이라는 인물의 마음 을 대변하는 느낌이다.

 


<출처: 영화 유리정원> 

 

이곳은 전주의 완산 공원에서 촬영됐다. 완산 공원은 벚꽃과 철쭉이 가득한 계절의 ‘꽃동산’으로 유명한데 꽃동산뿐만 아니라 영화 속 등장하는 삼나무 숲이 그 신비로움을 더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숲은 마치 한 곳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공간에서 촬영됐다. 영화를 유심히 봤다면 알겠지만 숲을 들어서는 초입의 나무들과 ‘유리정원’이 지어진 숲의 나무들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



<숲에 들어서는 초입부의 공간>



<유리정원이 있는 숲의 공간> 

 

숲을 들어설 때는 특별한 형태 없이 자연 그대로 자란 초록빛 나무들 사이로 늪지대를 지나 마치 꽁꽁 숨겨둔 몽환적인 공간을 찾아가는 느낌을 더했고, 깊숙이 들어선 유리 정원은 주변의 커다란 나무들에 둘러싸여 신비롭지만 한편으론 저 안에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두려움을 자아냈다.

 


<출처: 영화 유리정원> 

 

그렇다면 영화의 시작부터 마치 꿈속의 숲을 그려낸 듯한 그곳은 어디일까?

 

S#2. 재연의 뿌리가 닿았던 숲


<출처: 영화 유리정원>



<출처: 영화 유리정원>

 

안개가 자욱하고 초록빛이 가득한 이곳.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듯 나무와 풀, 늪지대가 신비로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경남 창녕에 위치한 ‘대봉늪‘에서 촬영됐다. 창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늪지대를 이룬 경관으로 유명한데 그중 가장 넓은 ‘우포늪’은 평수로 무려 35만 평에 이른다.







 

‘대봉늪’또한 창녕의 넓은 늪지대 중 하나로 영화 속 등장하는 숲 또한 커다란 늪이 둘러싸고 있다. 영화에서 죽은 나무를 다리 삼아 건너는 늪지대 또한 연출된 공간이 아닌 실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처음 숲을 발견했을 때 나무만 하나 걸쳐져 있었고 들어갈 수 있는 다리조차 없었다. 스탭들과 함께 목장화를 신고 물과 진흙 덩어리가 섞인 늪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 풍경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신수원 감독 인터뷰





신비로운 느낌의 숲을 찾기 위한 촬영팀의 노력과 더불어 늪지대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의 발길조차 닿지 않았던 미지의 숲이 만나 영화 <유리정원>의 몽환적인 숲을 그려낼 수 있었다.



 

<유리정원>에서 숲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숲 속 주인공인 재연(문근영)을 나타내는 가장 시각적인 요소가 바로 숲이기 때문이다.


빛이 화사한 초록빛 숲은 그녀의 순수함을 표현하지만 칠흑이 하늘을 감싼 어두운 밤에는 칼바람마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을 만큼 어두운 내면을 나타냈다.

 


<출처: 영화 유리정원> 

 

누구나 마음속에 숲이 있다. 그 숲의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마음속 위안을 삼는 공간이라는 점은 모두가 같다.

 

재연(문근영)의 진정한 숲은 어떤 모습일까, 그녀의 온실은 따뜻하고 화사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감춘 공간은 한없이 어두웠다. 이렇듯 영화 속 모든 공간은 흑과 백으로 나뉘어 그녀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고 있다.

 


<출처: 영화 유리정원> 

 

그녀는 영화의 마지막, 우리에게 말한다.

 

나무는 가지를 뻗을 때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다른 방향으로 뻗어요. 근데 사람은 안 그래. 서로를 죽여요.

스스로의 정답만이 결론인 영화. <유리정원>이다.


사람과 공간을 잇다. LOMA
글/편집: 로케이션 매니저 방선호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