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간

[영화 시인의 사랑] 내 마음속 곶자왈
2017.09.18





<출처: 시인의 사랑>

 

제주도

세상에는 여러 공간이 있지만, 그 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이야기가 있다. 눈을 감고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 제주도. 영화 시인의 사랑<2017>의 배경이기도 한 이 곳에서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공유하고 울어주는 한 시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출처: 시인의 사랑>

 

지금, 이 감정은 뭐지...?

어느 날 제주도 토박이 시인, 익준 앞에 불현듯 나타난 한 소년, 가람.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 시인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항상 세상의 피상적인 아름다움을 품었던 그의 시에도 점점 변화가 생긴다. 때로 한밤의 꿈이 누군가의 인생에 강렬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처럼 시인은 여태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세상에 대한 시선이 180도 바뀌면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에 취하게 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깊이만큼 감내하기 힘든 현실의 고통으로 시인과 소년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

 


<출처: 시인의 사랑>

  

시와 제주도, 그리고 환상. 사람들의 마음속엔 어딘가 시 한 편이 숨어있다고 한다. 항상 마음 한 켠에 숨겨 놨다가 몰래 꺼내보고 싶은 이 라는 예술과 제주도는 묘하게 감성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시인의 사랑<2017>의 김양희 감독은 제주도에서 6년간 거주하면서 시나리오를 집필하다가 우연히 한 시인을 보게 되면서 보름 만에 초고를 썼다고 한다.



<시인의 집의 배경이 된 실제 김양희 감독의 집>



 

"<시인의 사랑>의 공간적 장소들은 제주 이주 6년 차를 맞은, 내가 일했던 공간 혹은 현재 살고 있는 공간으로 극의 주 무대가 되는 남원 포구는 내가 3년 동안 살았던 곳이다. 영화 속에는 내가 실제로 가르쳤던 제자들과 교실이 그대로 나온다."    - 김양희 감독 인터뷰 - 


<실제 김양희 감독이 방과후 수업을 하는 남원학교> 

 

현지인이 잘 알고 있는 공간이 주는 풍경의 힘은 믿고 보는 로케이션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로케이션 마켓은 스크린을 수놓은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들과 영화 속 시인의 시로 도시 생활에 지친 관객들에게 시원하고 기분 좋은 상상을 선사하고자 한다.

 

S#1_제주의 하루.


<출처: 시인의 사랑>

<출처: 시인의 사랑> 


<출처: 시인의 사랑>

<출처: 시인의 사랑>

 

영화를 여는 첫 신. 주로 버스에서 시인이 보는 창 밖 풍경을 통해 제주도가 비친다.

그리고 시 한편을 낭송한다.

 

내 마음의 순력도

<현택훈, 시인의 사랑 중>


<제주 성산읍에 위치한 해안 도로>

 

내 마음의 순력도를 펼쳐놓고

현재 나의 경로를 짚어봅니다.

청포도가 있던 집이 있던 곳에서

기억의 환해장성이 드리운 섬까지

순력도를 그리며 삽니다.

 


<제주 수산리도로> 

 

동복삼거리, 민방위훈련 때문에 정차한 차들,

시외버스 차창 밖 표정은 나른한 평화,

죽은 누이의 치마 같은 가을 햇볕.

일주도로처럼 내 마음속을 나는 까마귀 한 마리 있어

나는 포수가 되고 싶지만 외로운 성을 혼자 지키는 포졸인걸.

버스는 정의현을 지나 서귀진까지 갈 것입니다.

 


<제주 컨벤션센터 주위 도로> 

 

더 이상 발 디딜 수 없는 포구에서

돌아서듯 살아온 시간들.

저어새는 연해주까지 날아가고

택시를 타면 공항에 갈 수 있는데

제주시청 목관아 술집 골목으로만 모이는 마음이여.

마음은 언제나

명진슈퍼에 간장 사러 가는 거리 즈음

멀리 가지 못하고 (중략)

 


<제주 성산읍 거리>  

 

실제 제주도의 지명을 사용한 현택훈 시인의 내 마음의 순력도제주 토박이 시인의 눈에 비치는 제주의 평범한 일상을 담기에 아주 좋은 시이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거리> 

 

기후에 따라 다양한 생태계가 펼쳐져 있는 제주. 이 평범한 도로마저도 제주 특유의 낭만적 감성을 담고 있다. 버스를 타고서 한없이 제주의 풍광을 바라보는 시인<양익준>처럼 여행의 하루만큼은 제주의 도로와 함께해보면 어떨까?

 

 

S#2. 시인의 사랑

사랑의 시작, 곶자왈

  

이것저것

사랑하며

시를쓰다

 

결국너를

사랑하게

되었구나

 

<시인의 사랑>

 


<출처: 시인의 사랑>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은 시를 쓰는 재능도, 먹고살 돈, 심지어 정자마저도 없다. 시인의 곁에는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지만, 시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본능에 가깝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진짜 시를 쓰는 일이 뭘까 매일 고민하는 시인, 그리고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 앞에 어느 날 파도처럼 위태로운 소년이 나타나고, 시인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출처: 시인의 사랑>

 

시인은 소년과 사랑에 빠지면서 곶자왈 숲을 함께 거니는데, 그곳은 바로 곶자왈이다. 제주의 천연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한 곳이면서 그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공간. 빽빽한 장목은 그들을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게 하고 독특한 생태계의 본연의 모습은 마치 그들을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출처: 시인의 사랑>

 

영화 속 곶자왈은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이상을 상징하고 그것은 인공호흡기처럼 상처받은 내 마음을 지탱해준다는 의미로, 시인에게 소년은 즉 마음의 곶자왈 같은 존재다. 그래서 시인과 소년의 데이트 장소로 선택된 곳이 바로 곶자왈이다.

 



마음의 곶자왈

<현택훈, 시인의 사랑> 

내 마음 어느 곳에 곶자왈이 있어서

용암처럼 흐른 아픔이 굳어서

멀리 가지 못하고 머문 홀씨 같은 슬픔이 있어서

습지엔 기억의 눈물이 질척거려서

쓸쓸한 바람이 고이는 곳이어서



 

(중략)

슬픔이 빛나고 당신이 내리는 숲이어서

희망도 절망도 그곳에선 서로 겹쳐서

나뭇잎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있어서

아프게 증산작용을 하는 나무가 푸르러서

흐린 날도 오래되면 맑게 흐릴 수 있어서

 


 

바람이 고였다가 다시 바람을 일으켜서

슬픔도 고이면 거름이 되어서

인공호흡기처럼 내 마음을 지탱해줘서

내 마음 어느 곳에 곶자왈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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