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로케이션 매니저를 만나다.
2017.09.11



<출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내가 만약 살인을 저질렀다면 나는 그곳에다 버릴 것이다. 이 마을의 끝자락." 

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2017)'.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하여 벌써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원작과 영화에 대한 평이 쏟아지고 있다.

 

처음 대면하는 짧은 순간에도 그들은 서로 살인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아는 그들. 병수(설경구)는 태주(김남길)가 시신을 어디에 유기 했을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귀신같이 찾아내면서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하여 점점 기억을 소진하게 되면서 딸 은희(김설현)를 위협하는 태주를 추격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 지게 되는데..

 


 <출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필자는 이 가공할 만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선명하게 보이는 로케이션 매니저가 로케이션 플러스 소속이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살인자의 기억법에 나오는 모든 공간을 총괄한 이명훈 로케이션 매니저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실제로 영화 속에 나오는 여러 공간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찾아지고 섭외가 되어 극 중 인물들을 빛나게 해줄까?

 

영화 내 로케이션 매니저에 대한 모든 것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공간에 대하여 로케이션마켓이 알아보았다.

 

S#1. 영화, 그리고 로케이션 매니저


 <출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에 개봉한 '살인자의 기억법(2017)'의 로케이션을 총괄한 이명훈 로케이션 매니저 입니다. 이전에 영화 내부자들, 악질경찰, 드라마 아이리스에도 참여 했구요. 반갑게도 로케이션 마켓 소속이었습니다. 반가워요^^

 

네, 반갑습니다^^.

그럼 이번 영화에 대해서 여쭤보기 전에

보통 영화에서 로케이션 매니저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 로케이션에 대한 컨셉은 어떻게 오고가나요 

영화에서 로케이션 매니저와 같은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곳을 발견하기 위해서입니다. 세트장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은 제작부에서 맡아서 하지만 연출자가 상상 속으로 그려온 이미지에 딱 맞는 공간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야외공간은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로케이션 매니저는 단순히 장소만 찾아주는 것 외에도 그 공간의 주인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임무도 있죠.

 


<출처: 영화 내부자들> 

 

 

정말 찍고 싶은 데 허가를 못 받아서 찍지 못한 경우도 있나요?

그럼요~ 내부자들 촬영 당시에 우민호 감독은 실제 검찰에서의 촬영을 강하게 원했습니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대검에서 허가가 나야 하는데 끈질기게 섭외 시도를 했지만 결국에는 허가를 못 받았죠. 지금 생각해도 아쉽네요. 결국 세트장에서 촬영 했습니다.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현장 <출처: 스타뉴스> 

 

흥미로운 사실은 촬영 하는 시점의 정계에 따라서 허가빈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기간에 아이리스 촬영 시에는 광화문에 유입되는 모든 차를 통제하면서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확실히 힘들 때는 엄청 힘들었습니다. 허허. 그래도 거기에 맞게 또 방법을 찾아내는 게 저희의 소임 아니겠습니까.

 


 <출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 그러면 매니저님이 아직 개봉 하지 않은 영화의 따끈따끈한 비밀정보를 아실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근데 저희도 내용을 다 듣지는 못해요. 보통 감독으로부터 시놉시스와 기획안을 받지만 그것도 오픈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철저히 그 장면에 관한 것과 콘티를 받거나 미술감독으로부터 레퍼런스를 받을 때도 있구요.

 


 <출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그럼 보안도 그만큼 중요하겠어요.

보안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는 작품이 새로 들어갈 때 일절 그 작품에 대한 정보를 알려서 안되죠. 살인자의 기억법 같은 경우는 2015년에 촬영을 했는데 보통 그런 경우 3년 정도는 다른 매체의 로케이션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저희의 암묵적 룰이랄까요.

 

S#2. 살인자의 기억법. 그 공간에 대하여.




 <출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대나무 숲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공간인 것 같아요. 특히 병수(설경구)가 모든 기억을 소환 해낼 때 항상 첫 장면에서 이 대나무 숲이 나오던데. 병수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멋진 공간인데, 이 무성한 대나무 숲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아 무성한 대나무 숲을 찾으셨던 것도 맞지만 아무래도 장르가 스릴러다 보니 담양 죽목원처럼 가지런하게 정리된 대나무 숲 보다는 우후죽순으로 막 자란 듯한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실제 병수의 공간인 대나무숲, 김해시> 

 

하지만 이 곳은 주인공 병주가 마음의 정리를 위해 찾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은신처라고나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공간을 찾아 나섰습니다.

 




 <실제 병수의 공간인 대나무숲, 김해시> 


그런데 엔딩크레딧을 보니 두 장소에서 촬영하셨던 것 같은데. 씬 마다 다른 공간에서 촬영을 한건 가요?

감독님께서 처음에 컨셉을 말씀해주실 때 저수지가 딸린 대나무 숲도 원하셨습니다. 바로 한곳은 태주(김남길)의 공간. 극 중 태주가 살인을 하고 시신을 유기할 수 있는 저수지와 영화 후반 태주와 은희(설현)의 액션씬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출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저수지라면 태수의 공간이겠네요?

네 맞습니다. 태수(김남길)가 살인을 하고 유기할 만 한 장소를 고려하셨던 것 같습니다.

 





  <태주가 시신을 유기하는 저수지, 장흥>

 

사실 그런 씬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궁금하긴 했어요. 이런 공간을 찾을 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미소) 저희도 이런 공간을 찾을 때는 썩 밝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영화의 맞는 공간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시놉을 받아들면 저희도 그 배역에 몰입을 합니다.

 

살인을 해야 하는 공간, 밝지 않은 공간, 어두운 공간, 음침, 음산.’ 등 여러 가지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그 공간을 찾아내죠.

 

아저씨와 악질경찰 촬영 시에도 비슷한 주문을 외우면서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저희도 그 기운의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다운되긴 하죠.


 <태주가 병수를 유도하는 갈대숲 속 외딴집, 김제 새만금>

 

저는 대숲도 매력적이었지만, 태주와 병수를 유인하는 곳, 두 사람의 추격씬을 담은 황량한 갈대숲입니다. 거기에 있었던 외딴집은 세트장이었나요?

아니요. 실제 공간입니다~!

 

 


 <태주가 병수를 유도하는 갈대숲 속 외딴집, 김제 새만금>

 

 저는 어떻게 저렇게 황량한 벌판에 집이 저렇게 한 채만 있을 수 있지. 저건 분명 세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아 그 곳은 김제 새만금에 있는 실제 폐업한 횟집입니다. 이 공간은 제가 예전에 광고 촬영 하면서 봐두었던 곳이예요. 온통 진흙인 그 곳에서 하이힐을 신고 걸어가는 장면을 촬영해야 해서 3일 동안 땅을 고르게 갈아 놓았죠. 그런데 그 곳이 갯벌이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밀물이 들어올 수도 있어서 제가 그곳을 대체할만한 곳을 주위에 샅샅이 뒤졌던 것 같아요. 아니나 다를까 실제 광고촬영도 제가 찾은 곳에서 못하게 되었고 (미소) 다른 곳에서 촬영 했는데 그 때 봐놓은 그 횟집이 이렇게 영화 촬영지가 되었네요.

 

 


 <태주와 병수를 유도하는 갈대숲 속 외딴집, 김제 새만금>

 

감독님도 좋아하셨겠어요?

사실 이 공간은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 없었던 공간인데 로케이션을 보고 감독이 시나리오를 수정할 정도였습니다. 감독님이 굉장히 열리신 분 같고 또 그 공간이 굉장히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네요. 흥미롭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요. 그래서 저로서는 굉장히 영광이고 이럴 때는 로케이션 매니저로 뿌듯할 따름이죠^^

 

 
<출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병수와 은희의 집으로 나오는 공간>


이렇게 다른 촬영을 하다가 의외의 보석 같은 공간을 찾아낼 때가 많아요. 영화 중 병수(설경구)와 은희(설현)의 집도 제가 다른 일로 돌아다니다가 찾은 공간입니다. 병수의 누나가 있는 성당을 찾고 있던 중에 일제 해방 때 쯤 지어졌을 법한 독특한 집이 턱하니 있더라고요. 형제분이 함께 살고 있었던 집인데 흔쾌히 허가해주셨습니다.

 

  <병수와 은희의 집으로 나오는 공간>

 

영화 촬영을 하다보면 그렇게 실제 거주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겠어요.

네 맞아요. 근데 아무래도 단기간 촬영인 광고매체가 아니라 오랫동안 감정선을 가지고 가야할 영화 로케이션 같은 경우는 실거주자가 힘들어 할 수 있기에 저희도 그 부분은 신경을 많이 씁니다.

 


 <출처: 살인자의 기억법>

 

이 영화의 엔딩에서의 반전은 지금도 충격적입니다. 그만큼 엔딩에 대해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처음에 이 공간이 병수(설경구)가 자살 후 이승과 저승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 공간을 찾을 때는 감독님과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 궁금합니다. 공간에 대한 정보를 들으면 뭔가 감독이 의도한 바에 조금 더 가깝게 접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허허. 그러게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이 공간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궁금했습니다. 확실한 건 감독님께서 처음에 병수가 살았던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막힌 터널의 이미지를 원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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