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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매.일] 투어 스토리 - 미지의 땅을 밟고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탐험가
2017.06.02



[로.매.일] 투어 스토리 - 미지의 땅을 밟고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탐험가

 

[본 인터뷰는 한국관광공사 주관, "투어 스토리"에서 취재한 내용입니다.]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미지의 땅을 밟고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탐험가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에디터 박은경  글 우현석(서울경제신문 객원기자,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김태영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힐링을 하지만, 같은 장소가 노동의 현장인 이들도 있다. 대부분의 관광·여행업 종사자들이 그렇고, 여행기자 또한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도 비슷한 부류다. 이번 달 <청사초롱>이 만나본 김태영 로케이션플러스 대표도 그런 사람이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영화 제작사나 방송사 등에 촬영지를 찾아내서 제안해주는 업체다. 기자는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 같은 직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이미 15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5년의 업력을 바탕으로 그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던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로케이션플러스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를 물색해주는 업체로 알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들입니까.

 

드라마, 영화, 광고는 모두 촬영지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배경이 됐던 DMZ나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촬영할 경우 모든 장면을 실제 그 지역에 가서 촬영하기는 힘듭니다. 우리는 감독이 써놓은 대본을 읽고 배경지를 물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우리를 로케이션 매니저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는 일을 맡으면 드라마 콘셉트에 대한 시나리오나 콘티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로케이션에 대한 디렉팅을 하고 장소를 찾아내서 관계기관, 땅 주인, 건물주 등을 찾아 협상을 하고 촬영이 마무리될 때까지 돕습니다. 물론 숙박, 식사, 이동에 대한 일체의 업무가 포함됩니다.

 

 

이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고,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습니까.

 

원래 사진을 전공했고, 로케이션 회사를 설립한 지는 14년 됐습니다. 일 때문에 여행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구경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고, 좋은 곳에 머물 수 있는 이 일이 좋습니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여기에서 ‘하나만 아니라 둘이나 셋을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장소를 섭외했습니까.

 

영화는 ‘타짜’ ‘쌍화점’ ‘아저씨’ ‘우는 남자’ ‘내부자들’ 등을 섭외했습니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 컷

 

영화 내부자들 촬영지 부산항


장소 헌팅 말고도 어떤 일을 하나요.

최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코스를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코스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작업이지요. 이를테면 석탄이 생산됐던 태백을 지날 때 탄광에서 불이 지하로 내려가는 아이디어를 낸다든지 대청봉을 넘을 때는 드론을 이용해서 성화를 옮기거나, 남이섬을 지날 때는 배용준이 집라인(집와이어)를 타고 건너면 어떨지 궁리하고 있고, 조직위와 실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남의 아름다운 10대 경관 선정위원을 맡았습니다. 선정결과 여수 밤바다가 1위를 차지했어요. 55곳을 추려서 20곳을 위원들과 실사한 후, 10곳을 뽑았지요. 지속성, 교통, 숙박, 발전 가능성 등으로 나누어 평점을 매겼습니다. 여수 밤바다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로 널리 알려졌잖아요. 그래서 저녁 7시, 8시에 음악 시간을 설정하고, 관광객들이 맞춰서 모여들게 한다든지 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고 있어요.

 

여행기자나 작가들은 지역의 아름다움을 글이나 사진으로 풀어내지만 장소를 물색하는 일에는 어떤 고민과 프로세스가 필요한지 궁금해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촬영지를 물색하고 결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감독들은 우리에게 장소 섭외를 의뢰하면서 이 장면은 로케이션이 전부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이란 ‘배우가 어떤 배경에 서 있느냐’에 따라 장면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공간이 스케치북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요. 종이가 좋아야 밑그림이 잘 그려지고 덧칠도 잘 됩니다. 미장센을 바르지 않아도 좋은 장면이 나오게 하는 거지요.

 

비비안 CF 스틸 컷

 

비비안 CF 촬영지 잠실한강공원

 

비비안 CF 스틸 컷

잠실한강공원은 비비안 CF에서 조인성이연인과 이별한 장소로 나온다 (사진=비비안 CF 캡처)

 

이 인터뷰는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에 게재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와 관련해서 묻겠습니다. 관광은 이제 지자체들이 올리고 있는 수익원 중 가장 큰 부분입니다. 지자체들이 관광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지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제 나이가 마흔다섯 살입니다. 회사를 처음 설립한 것은 서른한살 때였습니다. 그때는 이 일이 세상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14~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송 쪽에 20곳, 광고 쪽에 30곳을 빼고는 로케이션 매니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잘 아는 지리 전문가들이 없는 셈이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영상미디어는 여행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들은 미디어 노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가 관광 환경의 변화를 촉진한 것 같습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기자의 일과 촬영지의 개성을 끄집어내는 그의 일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그것은 산하와 마을, 그리고 도시, 풍경이라는 캔버스를 어디에 걸어둘 것인지를 의도하는 출발점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인 듯싶었다.

 

 

촬영 장소를 물색 중인 김태영 대표

 촬영 장소를 물색 중인 김태영 대표

 

 그런 와중에 당신의 업력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합니다.

 

공간과 시간을 매칭하는 안목이 늘었습니다. 장소를 물색할 때 ‘이곳은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에 가야 풍광이 좋다’든지 하는 식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생긴 거지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여행작가도 하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다음카카오에 영화 촬영지 검색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는 일도 할 예정입니다. 요즘 누리꾼 중에는 촬영지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으니까요. ‘영화를 보면서 저기를 가보고 싶다’는 수요가 일고 있습니다. 다음과 네이버에 로케이션 매니저로 등재되기 위해서 10년 이상 일을 한 셈입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 등에서도 영화와 여행을 매칭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이 영화 촬영지는 언제 가면 어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왜 좋은지를 꼭 집어서 말할 수 있으면 바로 스토리텔링이 되는 겁니다. 이를테면 주산지를 오전 일찍 가야 하는 이유와 그곳에서 뭘 봐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거지요.

 

 

지자체들은 지역 홍보의 일환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의 무대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그렇습니다. 지자체들이 관광지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있으면 중앙의 트렌드가 어떤지 파악하기 힘든 탓도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이나 영화를 끌어오려고 하지요. 안타까운 건 ‘우리 지역이 멋지다. 메리트가 있다’고 홍보를 하지만 정서나 그림의 방향 설정 또는 관련된 설명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해안지방에서는 가로등 위에 갈매기 형상을 올려놓는다든지 하는 상투적인 방식을 고수합니다. 전문가를 초빙해서 심도 있게 연구하고 진지하게 접근을 하거나 스토리를 발굴해야 합니다.

 

 

김 대표가 제3자적 입장에서 보기에는 우리나라 지자체의 관광 인프라가 얼마나 개선되고 있습니까.

 

도시가 들어서려면 상하수도가 있어야 하듯 행정적인 측면에서 인프라가 조성돼야 하는데 몇 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증가하다 보니 영어나 중국어로 된 안내판이 많아졌고,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영화 아저씨 스틸 컷


영화 아저씨 마지막 총격 씬 촬영지 파주 지지향 주차장

영화 ‘아저씨’에서 마지막 총격전이 펼쳐진 파주 지지향 호텔 지하주차장(스틸 컷=오퍼스픽쳐스)

 

촬영 장소를 물색할 때 어떤 것에 가장 중점을 두는지요.

 

첫 번째 그림을 만들 수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콘셉트에 맞는지를 체크합니다. 두 번째 중요한 건 제작 동선이고, 셋째는 촬영이 가능한 곳인지, 비용은 얼마나 들어갈지를 따져 봅니다. 3~5개월 정도 촬영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아지면 뒷감당이 안 되거든요. 동선을 묶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케줄을 조정해서 비용을 절감하지요.

 

이 대목에서 그가 이렇게 생소한 일을 하게 된 사연이 궁금해졌다.

 

 

사회에 나와 처음 한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광고사진을 했고, 홍보 영상물 만드는 PD, 편집 일도 거쳤습니다. 사진을 찍을 줄 알았고, 편집을 배우게 됐고, 연출을 알게 되면서 제작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차린 후 8개월이 지나자 웬만한 프로덕션들은 모두 우리에게 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들과의 협업이 중요할 텐데 어떤 식으로 조정합니까.

 

자동차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였는데 공무원이 도로교통법을 제시하면서 ‘재난 시를 제외하고는 도로나 터널을 통제할 수 없다’며 허락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영화 ‘시간이탈자’를 제작할 때는 하루 종일 도로를 통제하고 찍었던 적도 있어요. 세월호 이후에는 제약이 더 심해졌습니다.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은 모두 중단시키고 있는 실정이지요. 불이 난다든지, 10중 추돌이 일어나는 장면 등이 있으면 지자체를 설득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이게 힘듭니다.

현장에서도 1주일 전부터 촬영을 공지하고 홍보하지요. 돼지를 잡아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잔치를 벌인다든지, 떡을 돌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성사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접촉한 지자체는 모두 몇 곳 정도 됩니까.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를 접촉해봤습니다. 특히 바다와 접한 곳, 역사나 스토리가 있는 곳들, 지자체로는 강원도 내의 모든 지자체를 섭렵했습니다.

 

김태영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했는데 성화가 지나는 곳은 모두 가봤습니까.

 

올림픽 성화가 지나는 지자체는 170곳입니다. 하루에 5곳을 지나야 합니다. 모든 곳을 돌지는 못했지만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촬영팀에게 잘 먹히는 촬영지의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화면에 바다가 필요한 경우 이 바다에서 어떤 장면을 찍느냐에 따라 동해로 할지 서해로 할지를 결정합니다. 태평양 장면을 찍는다면 오전에 동해에 가서 찍어야 합니다. 그래야 넓은 바다를 렌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남태평양이 배경이라면 제주 중문해수욕장으로 가서 야자수를 앵글에 넣고, 파도 타는 이들을 배경으로 찍습니다.

오히려 사찰 촬영이 어렵습니다. 대부분 사찰에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두꺼비집이 붙어 있고, 전깃줄이 늘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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