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간

[카카오 스토리펀딩 7화] 모든 영화 촬영지를 파헤친다
2017.02.08



 

 

내가 가진 핵심을(CORE), 세상 유일한(UNIQUE)것으로 

회사를 창업하고 4년 정도가 지난 2006년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배가 너무 심하게 아파 화장실에 갔더니..글쎄 변기 안이 새빨간 핏물로 강을 이룬 것이 아닌가. 그때가 서른 중반,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문득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로케이션 매니저 일들이 갑자기 끊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무언가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당시 공간을 찾는 유일한 도구, 지도와 나침반>

 

그때 몇 가지 실질적인 대안들을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긴 일들이 오늘까지 이어져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일의 양을 줄이는 것이었다. 일을 많이 하면 돈을 많이 벌 수는 있겠지만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나 기회가 전혀 오지 않는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군만을 상대하는데 모든 전력을 집중한다면, 곧 닥쳐올 더 거대한 적들을 상대할 새로운 성벽은 쌓지 못하는 것과 같다.

 


<추억의 제작 노트와 너무 많이 봐서 닳고 닳은 지도책>

 

두 번째는 내가 가진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할 때 배었던 중요한 메시지는 '사진은 기록성을 가지고 있다'였다. 대한민국 곳곳을 다니며 독특한 곳을 찾아내는 이 직업의 특성상 한 해에도 엄청난 양의 사진을 촬영한다. 함께하는 직원들이 5~6명이니 새로 찾아내고 촬영하는 사진은 한해 약 10만 컷 정도. 그 엄청난 양의 사진들은 그저 'DATA'였다.

 

 

 

사진에 정보가 담기면 

하지만 그 사진에 촬영지 주소, 담당자 연락처, 약도, 빛의 이동 정보, 공간의 특징적 요소, 그곳에서 촬영된 영상물, 대표 키워드, VR VIEW, 드론VIEW 등이 함께 하면서 그 사진은 DATA를 넘어선 'CONTENTS'가 된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로케이션 마켓 로마>

 

4년 전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낮엔 로케이션 매니저로서 장소 헌팅, 미팅, 촬영 등을 진행하고, 밤에는 경영, 마케팅, 자기개발서, 인재경영에 대한 서적 등을 읽으며 공부했다. 개발에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수익이 될지도 모를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건 무모한 도전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대부분 개발에 쏟아부었다.

 


<로케이션 플러스 사무실>

 

'쏟아부었다'라고 하니 엄청난 돈처럼 보이는데, 나에게는 거의 전부인 돈이었지만 개발 측면에서 보면 가랑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 했다. 또한 내가 가진 '유일한 핵심'남들에게도 '유일한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높고 많았다.

 

촬영지의 주소조차 없던 모든 사진의 위치 정보를 웹상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로케이션 위치 추출'과정이 필수적이다. 웹상에 올라가는 데이터와 우리 회사 데이터가 일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서버 운영도 해야 하고, 불특정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수익을 올려야 회사는 살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개발이 시작된 4년 동안은 10원도 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다 작년 104, 로케이션 마켓을 세상에 선보였고, 이번 달에 '1주년'을 맞이하였다.

      


<문화창조융합센터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 심사 발표, 로케이션 마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LOMAtvN에서 방송했던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에서 결선에 올라 기적적으로 그 이름을 대한민국에 알렸다. 세상에 나온 지 딱 두 달 만이었다. 서서히 창작자들과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있던 중 포털사이트에서 우리의 콘텐츠를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우리의 관심 분야였던 영화 콘텐츠를 한번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거였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아닌 오직 그 영화에 등장한 촬영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왜 그 장면을 그곳에서 촬영했는지, 그 장소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에 위치하고 있고, 원래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에 대한 콘텐츠다.

 

올해 9월부터 앞으로 개봉되는 거의 모든 영화들에 대한 로케이션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다. 이 일은 지금까지 영화진흥위나 지역의 영상위원회가 해오지 못 했던 일들이기도 하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지금이라도 민간 차원에서 시작해야 하고 그 일은 우리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년이 흐른 뒤 이 콘텐츠는 많은 이들에게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간 헌팅은 가끔 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촬영 현장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중>

 

내가 잘하는 것을 남들이 무조건 호응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시대적인 상황과 미래에 올 산업 군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세상이 인정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꾸준히 미쳐 있으면 비전이 있다.'고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오늘도 산과 들, 도시, 그리고 사람들 사이로 힘찬 발걸음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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