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이션 매니저가 하고 싶어요
10년 이상 로케이션 회사를 운영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수많은 메일을 받았다. 대부분이 로케이션 매니저를 꿈꾸는 지원자들이었고, 그 누구도 빠지지 않고 모두가 열정적이었다.
<지금도 로케이션 매니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자주 메일을 받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로케이션 매니저를 직접 만나길 바라고, 직접 만나 자신을 어필하길 바란다. 여행을 즐기며 사진 촬영에 능숙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로케이션 매니저 일을 배우겠다고 시작한 지 얼마 못 가 이렇게 얘기한다.
죄송해요, 저랑 안 맞는거 같아요..
열정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그만하고 싶은 표정이 가득한 얼굴로 얘기한다. 왜 그럴까?
<마치 여행을 하는 듯 보이는 로케이션 매니저>
그 첫 번째는 '여행'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로케이션 매니저를 꿈꾸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을 좋아한다는 건 큰 장점이다. 역마살에 낀 듯 돌아다니길 좋아하고 공간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로케이션 매니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간을 찾아 나서는 일은 결코 '여행'이라고만 할 수 없다. 정해진 시간 내에 원하는 공간을 찾아야 하는 압박감과 더불어, 공간에 방문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촬영을 위한 '섭외'와 '사진 실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마냥 '여행'을 생각하고 지원했다가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
물론 '여행'하듯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경력이 많이 쌓여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해 '여유'를 가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제가 생각했던 거랑 달라서요..
<촬영이 한참인 창고 로케이션>
로케이션 매니저를 꿈꾸는 지원자는 '촬영 현장'을 경험하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공간만 찾고 섭외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촬영 현장'에 나가 밤을 새우기도 하며 고생을 한다는 이유다. 사실 해외의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공간만 확정되면 현장에는 나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촬영 장소가 확정됐더라도 현장에 나가 현장 담당자로써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촬영에 참여한다.
이런 고충은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에 확고한 목표와 꿈을 갖고 지원한 사람이 아닌 이상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쉽게 포기하게 되는 현실이다.
또한 '섭외'를 위해 사람을 대하고 일처리를 해야하는 점이 많은데 그 부분을 어려워 하는 직원들도 많다.
<허가처를 알 수 없는 바다 앞 주차장>
예를 들어, 위와 같이 허가처를 알 수 없는 바다 앞 주차장이 있다. 우리는 이곳의 안전한 촬영을 위해 허가처를 알아내 섭외를 해야 한다. 근처에 테마파크가 있어 그곳에 문의를 해보니 이런 답변이 온다.
"그곳은 우리가 관리하는 곳은 아니고요. 시설관리공단에 연락해보세요."
시설관리공단에 연락하니..
"촬영은 우리 부서 관할이 아니에요. 전화 돌려드릴게요."
(연결음)
"거긴 항만공사에 연락해보세요. 우린 몰라요."
전화를 끊고 항만공사로 연락한다.
"정확히 어디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보안상 문제만 없으면 촬영하셔도 돼요. 근데 혹시 모르니 보안 담당과 통화는 해보세요. 지금은 출장 중이라 내일 다시 연락 주세요."
이런 식으로 돌고 돌아 허가처를 찾는다. 그리고 겨우 촬영을 진행하게 되면 꼭 문제가 터진다.
"(주차장의 담당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다가오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허가받고 하는 거예요?"
"네 항만 공사에 허가를 받고 촬영 진행 중입니다."
"항만 공사? 무슨 소리야 여긴 테마파크 부지인데?"
알고보니 처음 테마파크로 연락을 받은 사람은 매표소의 직원일뿐 관리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그렇기에 '섭외' 과정에서 더욱 치밀하고 확실하게 일 처리를 해야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직원이 한 번 일명 '멘붕' 사태를 겪고나서 회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히 '실수'를 한 것인데, 그 실수는 여타 다른 일에 비해 파장이 크다. 촬영 현장이 엎어지고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책임을 묻는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신력'이 강한 직원을 뽑으려고 하지만, 너무나도 변수가 많은 상황 앞에 모두가 힘들어한다.
하지만..
<로케이션 플러스 사무실>
직원이 회사를 이탈하는 이유는 꼭 직원에게 100%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로케이션 일 자체에도 직원이 계속 붙어있을 수 없는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는 '교육 환경'이라 할 수 있다. IT 직종이나 디자인, 인테리어 등 어떠한 일을 해도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기에 교육 기관이 존재한다. 학원을 다니거나 강의,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로케이션 매니저'는 일의 특성상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학원이 있을 리가 없고 조기 교육이 불가능하다. 즉 '교육'을 현장에서 바로 받기 때문에 '로케이션 매니저'로서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로케이션 회사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극소수 집단이고 체계적인 교육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 자체에서 명확한 교육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즉,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바로 일을 배우기 때문에 빠르게 실전에 능숙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준비'되지 못한 직원들은 쉽게 그만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불안정한 스케줄'이다. 한가할 땐 원 없이 한가하지만, 로케이션 매니저의 일은 '갑자기' '급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개인 시간보다 일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은 경우가 생기고 심리나 신체적으로도 지치게 되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한 경우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촬영 현장에 혼자 나가는 경우도 있다. 수십 명의 스태프를 인솔해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점은 '신입' 직원이 겪기에는 큰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그에 대한 충분한 휴식과 보상이 필요하고 일을 진행하는 데 '룰'을 만들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 것이다.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
<산 정상을 헌팅중인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로케이션 매니저는 그 누구보다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만큼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로케이션 매니저가 될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건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다. 눈앞의 일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기보단 지금 하는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활용해 '다음'을 계획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위와 같이 미래를 계획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