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 7년의 밤>
제가 원작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 중 하나가 공간이었거든요
세령호,세령댐 세령마을을 둘러싼 안개와 그리고 숲
그 공간에 대한 매력을 영화 속에 좀 더 녹여내고자 노력을 했습니다. -추창민 감독
2011년 3월 출판과 동시에 3주 만에 베스트셀러로 올라선 책이 있었으니, 그 책의 이름은 바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다. 이어서 5월에 영화화가 확정되었다. 제목처럼 7년 후 2018년 3월28일 드디어 개봉을 했다.공간에 대한 집중도가 매우 높았던 영화 7년의 밤, 그리고 미스터리한 세령마을. 수몰된 세령마을 속으로 로케이션 마켓이 스토리와 공간을 담아보았다.
영화에서 본 장면처럼 로케이션들을 따라가다 보니 왕복 2차선 도로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왕복 2차선이 주는 좁은 공간에서 생기는 긴장감과 속도가 붙은 차량의 장면이 그 느낌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추.추월하고 싶지만 무슨 일이 내게도 일어날 것만 같아 도전하지 않았다. 나는 쫄보가 아니다. 참을성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자.
<출처: 영화 7년의 밤>
영화의 시작이자, 송새벽(안승환 역)의 잠수로 관객과 “세령마을”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선착장 데크는 과연 어디일까? 물 안개가 짙게 깔리고 월광을 받아 더욱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곳.
바로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 위치한 ‘원남 저수지’였다. 비교적 빨리 그 흔적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이곳이 아니다. 알고 보니 원남 저수지는 40만 평이 넘는 대 저수지였다. 1시간 30분을 넘게 수소문을 하였고, 마지막 도로 끝 이란 산의 정상에서 만나게 된 어르신의 말씀은 “거기는 저수지 하류야. 제방길 있는 곳. 그런데 거기 공사 중이라서 못 들어가.”
생각해보니 벌써 몇 년 전에 촬영을 했었기에 현존하거나 정확한 스팟을 찾기는 어려울 것임을 그때야 깨닫게 되었다. 흐르는 게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 다른 호수도 가야하는데....영화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출처: 영화 7년의 밤>
아직 평범한 가장의 일상, 룸 술집도 아닌 노래방에서 회포를 풀며 작게나마 32평의 아파트를 꿈꾸었던 최초 선의 존재인 류승룡 (최현수 역)이 아내와 아들의 전화를 받은 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궁 노래연습장’ 이다. 노래방은 두 곳에서 촬영되었다. 내부 장면은 ‘팔복 노래방’이며 저기 간판 “노래 연습장”으로 적힌 난간이 위 사진과 동일한 촬영 테라스였다.
<출처: 영화 7년의 밤>
수화기 너머로 중학생이 되면 이사 온다며 기뻐하던 아들과 아내. 문제의 시작이 된 복도식 아파트는 어디일까?
촬영지는 바로 대전에 위치한 ‘계룡 아파트’이다. 3동에서 촬영이 되었으며, 영화에서는 복도 가장 끝 집으로 나왔지만 동선만 이용하고, 실제는 자전거가 위치한 ‘1**5’호가 당시 비어있던 집이기에 내부는 이곳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몇 년 전이기에 지금은 거주하고 계신다. 이렇듯 영화나 광고에서 외부 동선과, 내부 촬영지는 다른 작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출처: 영화 7년의 밤>
한편, 이런 선의 가정과 반대로 작품의 배경이자 세령마을에서 막대한 힘을 가진 폭력성을 지닌 악인 장동건 (오영제 역)의 저택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동아별장’ 이다. 실제로 폐저택을 오픈세트로 꾸며 외부는 살리고, 내부는 새롭게 세트로 꾸몄다. 자본력과 차가움을 가진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듯이 내부의 샹들리에와 우드톤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미술/아트 팀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잘못된 부성애로 아동폭력을 당하는 딸 이레 (오세령 역)의 도망치는 숲은 대표적으로는 전북 임실군 덕치면에 위치한 가곡마을과, 원치마을이 되겠다. 이 밖에도 많은 곳에서 도망치는 장면들을 담았다.
선과 악의 변화.
<출처: 영화 7년의 밤>
<출처: 영화 7년의 밤>
한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선(善) 류승룡 (최현수 역)과, 잘못된 부성애로 폭력을 가하는 잔인한 악(惡) 장동건 (오영제 역)이 변하게 되는 사건인 딸의 죽음. 그 죽은 시체와 혼 건지기 굿이 이루어지는 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대청호’이다. 이곳도 역시 40분을 수소문 끝에 (면사무소, 경로당, 보건소) 겨우 힌트인 돌무덤이 있던 곳을 정말 어렵게 찾았더니 공사 중이었다. 평화를 찾고 싶었다. ‘꼭 그렇게..다 가져가야만...속이 후...련했냐!‘ 오백리라는 말이 있을 만큼 대청호 역시 엄청난 면적을 자랑하는 호수이다. 촬영된 곳은 대청호 상류 부근이다. 촬영이 아닌 개인적으로 간다면 오전광을 받으며 꽃을 보고 산책하는 것이 좋다.
<출처: 영화 7년의 밤>
사택이라고 나오며 이레 (오세령 역)의 절박한 도망과 두들김을 외면할 수밖에 없던 송새벽(안승환 역)의 집과 후에 선과 악의 거리가 좁혀지던 이곳은 어디일까?
<출처: 전주 영상위원회>
<출처: 전주 영상위원회>
이곳은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 위치한 ‘상관 정수장’이다. 그러나 이곳은 민간인 출입 금지. 우리도 협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세트장을 지어서 촬영할 만큼 세령마을의 로케이션에 대한 엄청난 연구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알려지지 않은 정수장을 찾아내고, 그 넓은 호수에서 필요한 면적과 풀들이 없는 곳을 찾아내는 노력. 그리고 그곳에서 장면을 담았을 때의 성취감이야말로 로케이션 헌팅의 이유다. 이밖에도 옥정호와 아이를 떨어트리는 화순적벽등이 연장된 로케이션으로 뽑힌다.
<출처: 영화 7년의 밤>
<출처: 영화 7년의 밤>
결국 악을 선택하고 은폐하기 위하여 차량을 맡기게 된 류승룡 (최현수 역). 조금씩 조여오는 거리,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차량 정비소는 어디일까?
이곳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동광 종합카센타’ 이다. 뒤로 도로변에 위치했고, 너무 세련된 정비소보다는 2004년 시골 세령마을의 정서를 담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사장님 내외분이 정말 친절하시니 전주를 들린다면 손 세차를 맡겨도 좋을 것이다.
<출처: 영화 7년의 밤>
어렸을 적 고통스러운 상처를 받은 류승룡 (최현수 역)이 꿈과 현실 속에서 미쳐가며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 연기를 담아낸 쓸쓸하고 넓은 갈대밭은 어디일까?
그곳은 사막과 갈대밭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사구’이다. 이곳은 영화 마더에서 김혜자 (도준 모 역)가 넋이 나간 춤사위를 담아낸 곳이기도 하다. 넓은 벌판으로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인물을 담을 수 있는 이 장소는 ‘감정’의 연기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류승룡 (최현수 역)의 과거 아픈 기억과 상충하는 현재의 감정이 깊어지는 연기가 일품이다.
<출처: 영화 7년의 밤>
<출처: 영화 7년의 밤>
류승룡(최현수 역)이 근무하는 곳이며 세령마을을 다 내려다보고 있는 이곳. 악인이지만 자신의 이기적인 부성애를 지키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수몰의 장면, 그 댐은 어디일까?
바로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대청댐‘이다. 원작 소설에서도 이곳이 배경이 되는 이유는 아마 댐 아래로 마을이 이어져있으며, 위에서 소개한 ‘대청호’의 수문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격렬한 격투가 이루어지는 내부는 세트에서 촬영되었다.
을씨년스럽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댐과 수문이지만, 실제로 대청댐과 대청호는 봄이 되면 벚꽃 명소로도 유명하다. 사진을 찍은 3월 29일에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4월의 첫 주 정도에는 예쁜 벚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복수가 하고 싶으면 감방에 있는 그 인간한테나 하라고!
<출처: 영화 7년의 밤>
악인이 된 아버지의 죄는 그의 아들 고경표 (최서원 역)에게 돌아갔다. 원치 않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니며 그의 삶 전부를 가로막아 원망 섞인 절규를 외치던 이곳
이곳은 대전 중구에 위치한 ‘남대전 고등학교’ 이다. 좁은 골목길의 끝으로 언덕에 위치한 남대전고는 독특한 계단들이 위치하고, 옆으로 바로 주차장이 있어서 잡은 앵글이 절묘했다. 바로 뒤로는 나무 벤치가 있어서 정서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이었으나, 주인공인 서원에게는 이런 것들이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꿈과 죽은 세령에 대한 죄책감을 마주하던 류승룡 (최현수 역)의 제사를 지내는 절은 어디일까?
이곳은 충남 세종에 자리한 ‘비암사’ 이다. 계단에 앉아있는 고경표 (최서원 역)와, 죄책감과 책임감을 모두 다한 송새벽 (안승환 역)의 모습이 고요한 암사의 모습과 겹쳐진다. 비암사의 꽃들도 봉오리를 맺기 시작했고, 스님의 목탁 소리와 피워진 향의 냄새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다면 암사 특유의 공간적 정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영화 7년의 밤>
<출처: 영화 7년의 밤>
촬영지를 찾아가보니
영화 촬영지를 찾아가는 일은 유쾌한 부분과 쉽지 않은 부분이 공존한다. 콘텐츠라는 것은‘먼저’ 잡은 사람이 선점을 가져가기도 하기에, 개봉 다음 날 하루에서 이틀 만에 완료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영화 7년의 밤은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주로 이루어졌고, 촬영된 시기와 방대한 자연이 주는 특색으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로 돌아다녔다.
제작팀이 했었던 그대로 이장님과 통화를 하기도 하고, 면사무소를 찾아뵙기도 하고, 경로당에 찾아가거나 보건소를 찾아가거나 하는 일들이 유쾌하면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동일한 공간을 찾으면 ‘으앗!’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극장에서 만난 인물과 공간의 장면들을 실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기에 보물섬 지도를 찾듯이 설레기도 하고, 작품 속으로 몰입되어 같은 감정선을 가지게 되기도 하는 독특한 일이다. 독자들의 많은 격려와 응원이 있으면 더욱 즐거울 일이다.
공간
물속으로 사라져버린 미스터리한 마을의 세령마을. 원작 소설을 본 많은 사람들은 과연 영화에서 잘 담아낼 수 있을까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었다. 영화는 관심을 실망시키지 않았고, 충분히 오랜 시간과 전국을 걸쳐서 담아낸 노력이 빛을 본 영화라 말할 수 있다. 로케이션을 헌팅한 제작팀과, 그곳을 준비한 미술팀들의 노력으로 빚어진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해 보면 같은 지역 안의 1시간 거리들로 동선을 짠 부분들이 보인다. 아파트와 학교 그리고 호수와 저수지들의 거리가 대표적이다. 월광과 조명들을 신경 썼을 공간들이고, 안전과 협조에 과정을 많이 거쳤을 작품이다. 특히 학교와 아파트는 컨펌이 어렵고, 불편을 드려 민원이 안 생기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많은 촬영팀은 공감하시리라...)
이야기
가만 돌이켜보면 ‘그러지 않아도 됐다.’라는 말이 맞는 영화이다. 류승룡 (오세령 역)은 굳이 이레 (오세령 역)를 죽이지 않아도 되었고, 자신의 부성애가 옳다며 댐 수문을 개방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미 송새벽 (안승환 역)이 구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딸을 돌봐준 사람을 성추행 범으로 만들고, 딸과 아내의 죽음에 미쳐버린 악의 주인공인 장동건 (오영제 역) 역시 그 사랑을 그렇게 폭력으로 휘두르지 않았어도 충분했다.
두 잘못된 부성애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쉽게 동정과 동의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과 공간을 잇다. LOMA
글/편집: 로케이션 매니저 박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