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간

[로.매.일] Den 잡지 인터뷰 -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작업실은 어떤 공간?
2017.06.02

 

 

[로.매.일] Den 잡지 인터뷰 -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작업실은 어떤 공간?

[본 인터뷰는 라이프 스타일 잡지, "Den"에서 취재한 내용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이야기가 있는 장소와 공간을 찾아내는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여행이 곧 일이자 삶인 그에게 이곳은 살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공간이다. 

 

에디터 조연정 포토그래퍼 이나영

 


△김태영, 1972년생, 로케이션 마켓 대표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사진을 전공한 후 홍보 사진과 영상 찍는 일을 하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어느 날 이 경험을 살려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대 후반에 사무실을 차리고 로케이션 헌팅 일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대한민국 1호 로케이션 매니저로 불리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일하면서 여행도 하고, 좋은 직업이다"라고 말한다.


사실 일이 여행이고 여행이 곧 일이니 맞는 말이다. 굳이 여행하려고 시간을 따로 낼 필요 없이 사진도 찍고 맘껏 돌아다니니 좋은 직업이 맞다. 하지만 영화나 광고가 워낙 시간에 쫓기는 분야이다 보니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콘티에 맞는 장소를 찾는 일이 단번에 결정되는 일이 아닌 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인내심과 끈기도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광고나 영화, 드라마, 잡지 등에서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장소를 찾아내고 촬영이 가능하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장소 섭외부터 현장 진행까지 한다고 보면 된다. 주로 광고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광고에 나오는 장소나 공간도 상품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좋아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영화에 나오는 장소나 공간은 스토리가 더욱 중요하다. 영화 내용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장소와 공간을 찾으려고 한다.

 


△김태영 매니저가 항상 들고 다니는 <전국지도> 책

"2013년, 삭막한 강남 한복판에서 벗어나 성수동으로 이사했다.
사무실 겸 작업실이 있는 6층에서는 서울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에는 8명의 직원과 함께 사용하지만, 퇴근 후에는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이 되는 이곳에서 글도 쓰고 생각도 정리하며 휴식을 취한다.
그래서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이곳은 어떤 공간인가?

대외적으로는 '로케이션 마켓' 사무실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작업실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이전에는 강남 한복판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일만 했다. 주변 분위기도 그랬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삭막했다. 성수동으로 옮기고부터는 창밖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일을 구상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특히 저녁 시간 이후에는 혼자 재즈를 틀어놓고 야경을 감상하는 걸 즐긴다. 요즘은 여행 관련 책을 쓰느라 바쁘지만. 벌써 세 번째 책인데, 내가 찍은 사진과 장석주 선생님의 시가 함께 어우러진 에세이집으로 꽤 괜찮은 책이 나올 것 같다.

 


△수첩은 김태영 매니저가 항상 갖고 다니는 물건이다.

 

여행 작가라고 해도 되겠다

작업상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위 그림이 되는 장소와 공간을 찾아낸다. 그렇게 발견한 곳은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고 장소에 대한 정보나 느낀 점을 하나하나 기록한다. 15년 동안이나 하다 보니 그간 모은 사진과 정보들이 여행책을 시리즈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쌓였다. 그러다 출판사에서 '사진이 잘 나오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을 내자는 제의를 받아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첫 번째 책은 일과 관련한 것이라 쉽게 썼는데, 두 번째는 글 욕심을 내느라 내 감성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한동안 저자가 여자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웃음)

 


김태영 매니저 작업공간

인테리어와 소품이 독특한데, 직접 꾸민 것인가?

그렇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꾸몄다. 안정감과 무게감을 주기 위해 벽은 짙은 파란색 페인트로 칠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테이블을 두었다. 한 쪽에 책장을 두어 즐겨 있는 책과 잡지를 꽂았다. 특히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은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마다 찾아 보는 책이다.


소품 하나하나까지 내가 하는 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꾸미려고 했다. 가장 아끼는 소품은 나침반이다. 항해사였던 아버지가 쓰시던 수중 나침반으로 30년도 넘은 거지만, 아버지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자는 뜻에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김태영 매니저 아버지의 유품, 나침반

특히 기억에 남는 촬영 장소가 있다면?

영화 <타짜>에서 평경장 집으로 나온 군산의 일본 가옥, <내부자들>에서 싸움 장면에 나온 컨테이너가 쌓인 부산항 등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영화 <추격자>의 배경지이다. 워낙 끔찍한 사건을 다룬 영화다 보니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촬영을 며칠 앞두고 급하게 섭외 요청을 받았다. 다행히 이틀 만에 괜찮은 장소를 찾아서 촬영을 무사히 마쳤는데, 영화가 흥행해서 기뻤던 기억이 생생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마흔 중반이 되면서 인생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어렵게 느껴지는 일도 책임감이 생겨 하게 되고. 최근에 시작한 로케이션 마켓이라는 플랫폼 사업은 미래를 위한 일이다. 남들보다 앞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둔 130만 컷의 데이터를 활용해 검색 엔진, 장소 홍보 등을 하는 것이다.


로케이션 매니저는 워낙 활동량이 많아 젊은 친구들이 많이 한다. 이 영역에서 나는 할아버지뻘이다. 하지만 아직 10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자부한다.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여행을 즐기는 나만의 팁이 있다면?

멀리 여행 가는 것보다 여행지에 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좋다. 제주도나 부산에 가면서 가기도 전에 지치지 말고 근교에 가서 실컷 즐기면 된다. 즉 여행의 밀도를 높이라는 거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감탄도 많이 하고, 궁금증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사진도 열심히 찍는다. 그러면 없던 엔도르핀도 솟아나는 기분이다. 모든 것을 낯설게 보면서 즐기려는 마음 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이 추천하는 '나만의 명소'

 

설악산 신선대



설악산국립공원 고성 방면에서 화암사까지 1시간 등반

울산바위를 제대로 보려면 건너편 신선대로 가야 한다. 화암사 가는 길 바로 옆에 있는 신선대는 1시간 정도 올라가면 갈 수 있다. 신선대에서는 울산바위의 장엄한 자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경기 안성 팜랜드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대신두길 28

예쁜 울타리가 있는 초지 목장으로 드넓게 펼쳐진 평야에 커다란 나무가 군데군데 있어 그냥 찍어도 작품이 된다. 드라마 <빠담빠담>에서 정우성의 작업실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전남 강진 다산초당 가는 길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369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을 한 곳으로, 초당으로 가는 길에 '뿌리의 길'이 쭉 이어진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산 속으로 들어가는 숲길이다. 초여름에 가면 시원하다.

 

사람과 공간을 잇다. L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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