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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스토리펀딩 4화] 직업, 없다면 만든다. 로케이션 매니저
2017.02.01


 

 

창업은 어쩌면 안개 속을 항해하는 일 

 

안개 속을 항해한다고 해도 두려워 말자. 잠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란 걸 믿어야 한다.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 안개와 같다. 그냥..안개일 뿐이다.

 

김태영 저서 <그 곳> P.32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인 이때, 대학 동기 2명과 함께 셋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을 전공해 주변 친구들은 스튜디오에 취직하거나 프리랜서로 사진가 활동을 했다.

 

 

 왜 우리나라에는 로케이션 매니저가 없지?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이 없었다. 방송국에 섭외 부장이라는 직함은 있었지만 그 의미가 많이 다르다. 로케이션 매니저는 영화나 TV CF, 각종 프로모션에 참여해 해당 콘티에 맞는 공간들을 찾아 나선다. 오직 그 일만 한다.

 

하지만 그때 영화나 광고를 촬영하는 경우 대부분 조연출이나 막내 스태프들이 공간을 찾고 섭외할 뿐 전문적인 '로케이션 전문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해보자 

2002'서울 필름 커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시작해 거래처(프로덕션)를 뚫기 시작했다. 지금 보면 매우 허접(?) 하지만 각종 헌팅 (공간을 찾는 일을 '로케이션 헌팅'이라 한다.) 사진과 촬영 현장에 참여했던 동영상을 이용해 회사 소개 영상을 만들고 이곳 저곳 거래처에 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빨리, 그리고 많이 왔다.

 

 <2002년 당시 제작했던 회사 소개 동영상>

 

당시 장비들의 성능을 얘기하자면, 카메라의 경우 300만 화소가 고급 기종이고 500만 화소가 막 출시되는 시기였다. 게다가 내 카메라에 꽂혀있던 메모리는 고작 8MB를 쓰던 때다. 지금으로 보자면 사진 1~2장도 찍기 힘든 용량이다.

 

또한 그 당시 '네비게이션'이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던 시기였다. 지도 한 장을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고, '인터넷' 또한 지금처럼 활발하게 이뤄진 시기가 아니었기에 공간 정보를 얻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직접 발로 뛰는' 방법밖엔 없었고,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이거 되겠는데? 

그렇게 창업 이후 몇 건의 일을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업계의 80% 이상은 우리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만큼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였다.

 

그러던 중 모 화장품 광고 건을 맡게 되었는데, 찾아달라는 장소의 키워드는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3단 폭포, 그리고 그 아래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연못이 있어 작고 예쁜 보트를 띄워 모델을 앉힐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사업 초반이라 정보가 정말 없었다. 게다가 아름답고 멋진 계곡일지라도 바로 주변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그 이후 3주 동안 이름이 있다는 계곡들을 전부 다녔지만 우리의 조건에 맞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그때 광고 모델이 배우 조안 씨(당시 인기 신인 배우)였는데, 모델의 안전을 위해 물이 깊어서도 안 되고, 물에 꽃잎을 띄어야 했으므로 물살이 강해서도 안됐다.

 

워낙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아무리 찾아도 조건에 한두 가지씩 부족했다. 특히나 차량을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무릉도원이 그 어디에 있겠는가.

 

    

뜻밖에 정답은 다른 곳에 있었다 

결국 찾다가 찾다가 본가가 있는 강원도까지 가게 되어, 오랜만에 집에 들러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점심상을 받아 허겁지겁 밥을 먹던 중이었다. 요즘 무슨 일을 하는지 푸념 섞인 하소연을 하던 중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정선군 임계면에 가면 도전리라는 곳이 있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인데, 그 동네 사람들만 아는 작고 예쁜 계곡이 있다더라. 거기나 한 번 가 봐라." 

그 얘기를 듣곤 금광이라도 발견한 듯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너덜너덜한 지도책(늘 내 차에 있는 지도책은 몇 달을 버티지 못 하고 너덜너덜해져 여러 권으로 분해되기 마련이었다.)을 펼쳐 보니 가늘게 파란색으로 쓰인 글씨의 작은 계곡이 있었다.

 

길을 물어볼 사람도 없어 불안과 의심은 길이 험해질수록 더욱 가중되었고, 구형 프라이드 베타가 잘 버텨줄까 걱정스러웠다. 그렇게 길을 오르기를 한참, 흙먼지를 내며 코너를 돌아서는데 눈 앞에 나타난 비경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당시 힘겹게 찾아낸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의 한 계곡>

 

찾고 있던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아름다운 로케이션'이 그곳에 있었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으나, 8MB라는 메모리 용량이 내 발목을 잡았다.

 

어쨌든 힘겹게 찾아내 촬영지로 선정되었고 촬영을 위해 서울에서 30대 정도의 차량이 계곡을 찾아왔다. 기적적으로 찾아낸 장소에서 듣는 질문은 더욱 보람차게 했다.

 

", 이런 곳은 어떻게 찾았어요?" 

"탐문 수사로.."

 

이렇게 차근차근 한국의 '그림 되는' 산과 물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정리했다. 지금 보면 폴더명을 '정성 계곡 1', '순천 할머니 집 3' 등 정확히 써놓지 않은 것들도 많다. 또한 공간의 전경이 아닌 아궁이의 불쏘시게나, 검게 그을린 부엌의 벽을 사진으로 남겼던 건, '촬영 장소'로써가 아닌 '기록의 측면'으로 남겨두자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료가 쌓이면서 그 기록들은 콘텐츠의 '핵심'이 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오차를 수정하고 고민하면서 왔더니 그 일이 헛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15년이 지났다 

이 일을 하면서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이 생기고, 우리나라 약 50명의 인원이 이 직업을 갖고 현장에 나선다. 로맨스(Romans)라는 로케이션 매니저 협회를 만들어 촬영 현장의 고충과 로케이션 정보 등을 공유하며 지내지만, 아직 로케이션 매니저들은 다음을 생각할 여력이 많지 않다.

 

 

<로케이션 매니저 협회 로맨스(Romans) 세미나>

 

 

<로맨스(Romans) 세미나에 참석한 현직 로케이션 매니저들>

 

지금 당장 생기는 일을 처리하기에도 너무 버거운 일이 바로 로케이션 매니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케이션 매니저의 수가 줄지도, 늘지도 않으면서 이 일에 대해서도 '미래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언 15년간 쌓인 자료가 150만 컷이 넘고, 이 자료가 10, 20만일 때는 몰랐던 또 다른 '기회'가 보이는 단계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쌓이기만 하는 자료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의 첫 발걸음이 '로케이션 마켓'이다. 하지만 아직 1% 수준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공간 정보들을 일반인들도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게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창업은 그렇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미래'를 봐야 하는 것.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레몬을 가졌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야지, 된장찌개를 만들어선 안된다.

 

1. 일단 자신이 가진 '핵심 장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정도로 확실한지 생각해야 한다.

 

2. 도전도, 실패도 이를수록 좋다. 그래야 순서가 다시 나에게 돌아와 다음 타석에 들어설 차례도 다시 오기 마련이다.

 

3. 어려움을 버텨내는 내성을 기르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이끌어 내는 것을 두려워 말라. 나를 도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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