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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 귀족 로케이션, 관객의 마음을 홀리다.
2016.06.07

 출처 : 영화 <아가씨>

 


 

속고 속이는 이야기, 아름답기만 한 배경


원작 소설 <핑거 스미스>를 기초로 한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의 ‘귀족 아가씨’ 그리고 ‘하녀’라는 매혹적인 주제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냉혹한 이야기 속, 그 배경은 잔인할 정도로 너무 아름답기만 하다.

 

 출처 : 영화 <아가씨>

 

이야기가 주로 전개되는 히데코(김민희)의 거대한 저택은 일본 미에현 쿠와나시에 위치한 롯카엔(육화원)이다. 이 곳은 1913년에 준공된 곳으로 서양식 건축과 동양의 미가 조화를 이루며 일본식 정원이 그 시절 그대로 남아 있어, 영화의 전개를 이루는 배경으로 충분한 매력을 준다.

 

저택 내부의 고우즈키(조진웅) 서재나 히데코(김민희)의 방을 향하는 로비와 계단 등은 세트로 제작해 촬영 되었지만, 대규모 저택의 내부는 정말 그렇게 생겼을 것처럼 전혀 이질감 없이 영화 속에 녹아있다.

 


출처 : 영화 <아가씨>



출처 : 영화 <아가씨>



출처 : 영화 <아가씨>


 출처 : 영화 <아가씨>

 

저택 내부 중 세트가 아닌 국내 로케이션도 존재하는데, 그 곳은 바로 백작(하정우)과 히데코(김민희)가 식사를 하는 공간이다. 이 곳은 바로 파주에 위치한 ‘지노’인데, 평소에는 카페로 운영하지만 유럽풍 실내가 필요한 촬영이 섭외되는 경우 드라마나 TV CF 등에도 많이 이용되는 로케이션이다.

 

<파주 지노>

 



 

데이트 장소로도 좋을 듯한 파주 ‘지노’는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옥상도 매우 멋진 포인트가 된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고 예쁜 가로등과 벤치가 준비되어 있어 인물을 두고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숨겨진 감정, 뿌리를 숨긴 나무에 빗댄 로케이션들.


영화 <아가씨>에는 유독 ‘나무’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저 지나가는 장면이 아닌 이야기의 전개를 돕듯 나무 하나 하나가 전부 아름답게 혹은 비장하게 표현된다.

 

그 첫 번째로 히데코(김민희)의 이모(문소리)가 목을 멘 나무. 바로 ‘국립 소록도 병원의 중앙공원’에 있는 수양버들 나무다. 영화 속에는 벚꽃이 빼곡하게 펴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지만, 사실 그 모든 꽃잎은 나무에 직접 세팅해 촬영된 소품이다. 또한 이 나무는 사실 영화 속 배경과 같이 일제 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정원에 있어, 아름답지만 애잔했던 그 시절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그 느낌을 충분히 담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국립 소록도 병원 중앙공원>


 

 

‘비밀’을 속삭이듯 나뭇가지들이 길게 뻗어 둘의 대화를 하늘이 듣지 못할 것 같은 이 곳은 파주에 위치한 ‘벽초지 수목원’이다. TV CF나 드라마에도 이미 많이 비춰진 이 곳은 나무들이 마치 터널을 이루는 것 같아 ‘주목터널’이라 부른다. 나무들에 꽃잎이나 열매를 세팅하면 아름답게, 앙상한 가지만 둔다면 차갑게 보이는 그림이 완성 된다. 영화 <아가씨>에서는 백작(하정우)과 숙희(김태리)가 은밀한 거래를 두고 다투는 장면에 등장해 몽환적이지만 차가운 느낌을 준다.

 

 <파주 벽초지 수목원>




 

저택을 향하는 길이나 자동차가 주행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메타세콰이어 길은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풍산개 마을’ 입구이다. 이 곳은 웅장한 나무들이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길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명소이기도 하다. 메타세콰이어 길로 유명한 담양처럼 도로의 폭이 넓진 않지만 좁은 시골 길 느낌으로 구 시대를 재현한 영화 <아가씨>에는 담양보다 이 로케이션이 어울린다.

 

 <안성 풍산개 마을 가는 길>

 

이 외에도 영화 <아가씨>에는 평창 국민의 숲, 부안 변산반도, 수성당 등 오래 되었지만 그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로케이션을 담아 보여주는데, 지난 세월만큼이나 공간에도 내공이 쌓이듯 더 없이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그 모습을 비춘다.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로케이션


영화 <아가씨>는 이미 미술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류성희 미술 감독은 올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벌칸상(The Vulcan Award of the Technical Artist)을 수상하며 한 장면 한 장면 세심한 노력의 보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아트 세팅인데,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로케이션 중 숙희(김태리)가 끌려 들어가는 정신 병원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치 포로 수용소같은 느낌의 오싹한 식당은 대형 창고에 만들어낸 로케이션이다.

 

<인천의 한 물류창고>

 



 

실제로 찾아낼 수 없는 공간은 이처럼 모든 것을 세팅해 그 모습을 재현한다. 그렇기에 영화의 제작진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그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머리 속 상상을 각본으로 만들어 관객의 눈과 소리, 감정으로 즐길 수 있게 시각화하는 작업인데, 그에 맞게 ‘없는’것을 ‘있게’만드는 과정이 있어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출처 : 영화 <아가씨>

 

영화 <아가씨>는 자극적인 소재와 수위 높은 장면들로 서로 간에 얽히고설킨 감정들을 세심하면서 자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만큼이나 로케이션들도 배우들의 감정에 녹아있듯 하나 하나가 살아 있는데, 어쩌면 누군가에겐 불편한 감정이거나 보기 힘든 장면일 수 있는 씬들이 영화 속 그들에게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라 로케이션에 대입해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영화의 배경이지만, 결코 배경으로만 비춰지지 않았던. 그런 로케이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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