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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카페, 그 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 Scott Kim
2016.05.09

 


 

제주도가 좋아서 제주도로 간 게 아니라,

그는 서울이 싫어서 제주로 갔다.

 

 


 

 

서울에서의 형편이 좋지 않아서? 아니다.

 

고급 외제차를 탔고 항상 와인을 즐겼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다.

스포츠 댄스 국가대표였던 아내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그.

 

남부러울 것 없이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건강 앞에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마라톤 경기를 100m 달리기를 하듯 살면, 더 이상 오래 버틸수가 없단 걸 직감했다.






 

마침 그 때 부모님만큼이나 가까운 장인어른도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가족은 제주로 내려왔다.


 

 

하지만 내려온 것 까진 괜찮았는데, 먹고 사는 것이 문제였다.

너무 급하게 내려오느라 "제주살이"에 대한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이미 가족은 제주의 땅을 밟고 있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처럼, 건축 현장에서 막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서울 업자"였던 그의 재능은,

막일을 하면서 서서히 다시 그 본능을 찾았다. 즉, '눈썰미가 남달랐다.'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길가의 허름한 창고로 쓰던 주택을

거의 1년간 손수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길가에 버려진 폐타이어, 테이블, 스텐드 등을 주워오면

그의 공간 안에서는 더 이상 버려진 물건이 아니라, '빈티지' 소품이 되었다.






 

버려진 와인 병 하나도 허투로 다루지 않고,

그에게 가장 좋은 재료는 나무로 만들어진 '팔레트'였다.

 

팔레트를 해체하면 목재가 많이 나오고, 토치로 까스르고 사포로 문대 페인트칠을 하면

논현동 인테리어 목재상에서 파는 수입산 빈티지 바닥재가 태어났다.


 

이렇게 "카페 움(umm)"이 태어났다.

 

움(umm)은 사람들이 보통 생각할 때 내는 소리다.

깊이 동감하거나, 급하지 않게 생각할 때 내는 소리. 움~~

 

성경에서는 주로 '저장고'를 가리키는데

은밀한 공간이나 밀폐된 장소를 비유하기도 한다.



 

카페 움(umm)의 박경훈 대표는 이 곳에서의 삶이 카페 움(umm)의 의미와 일치하다고 했다.

깊이 생각하며 큰 공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떠 올리면 된다.


 

 


 

제주에 오면 꼭 한번 와 달라는 그의 메일을 받고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다행히 제주로 촬영갈 일이 있어 한걸음에 달려갔더니 너무나도 반가운 얼굴로 맞아 줬다.

 

해질녘 감귤 나무 냄새가 좋은 카페 움(umm)의 야외 데크에서 문어가 들어간 해물 떡볶이를 안주 삼아

"좀 덜 나가지만, 더 행복한 제주사람 박경훈"과 마시는 와인향이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는 듯하다.


 



 

사람 이야기가 있는 곳.

가면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 곳. 

 

"카페 움 (cafe umm)"



 

 

사람과 공간을 잇다. L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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