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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매.일] 서울예대 인터뷰 -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2017.06.02



[로.매.일] 서울예대 인터뷰 -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 본 내용은 서울예대 광고창작과 학생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김태영 로케이션 매니저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학생들에게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또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로케이션 매니저(이하 로매)의 사전적 의미는 로케이션. 즉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을 일컫는데요. 영상에서 로매라고 한다면, CF나 영화, 드라마, 매거진 등의 스토리 전개에서 필요한 장소를 찾아내고 촬영이 가능하도록 계약을 맺어주는 사람을 로케이션 매니저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Q. 어쩌면 이 이야기를 듣고 로케이션 매니저가 되는 것을 꿈꾸게 될 친구들이 생길 것 같은데요, 실장님께서 생각하실 때, 로케이션 매니저가 갖춰야 할 능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일단 꿈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로매는 사실 굉장히 힘든 직업이거든요. 저도 고생을 많이 했고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제가 이 일을 해오면서 “아, 내가 이 일을 괜히 했다.” 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답니다. 그렇기에 이 일을 좋아하는 것이 제일 큰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열심히 이 일에 대해서 연구하고 도전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늘 도전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법이니까. (웃음)

 

Q. 실장님께서는 어떤 경유로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항공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서, 기계 공학과에 다녔어요. 그래서 제트엔진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군대에서는 항공 관제병도 했었어요. 하지만 결국 비행기=수학 이라는걸 깨닫게 되었고, 그만 뒀죠. 전 수학이 정말 안 맞거든요.(웃음) 결국 두 번째 대학에 들어가, 사진을 전공했어요. 사진을 공부하다가 영상 쪽으로 전향을 하면서 2002년도에 로케이션 회사를 만들게 되었죠. 사실 그 전까진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은 제 인생에는 없었어요. 제 꿈은 로매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렇지만 내 적성은 이 것이었고, 목표라기보다는 성향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그렇게 내 분야에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하루가 한 달이 되고 또 일 년이 되고, 그렇게 달려가다 보니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것 같아요. 물론 나쁘지 않은 평가로 말이죠.(웃음)

 

Q. 그 당시에는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이 없었나요?

그렇죠. 어디를 가도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대다수 였죠. 그래서 항상 “어떻게 보면 장소를 섭외하는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라는 말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요즘은 로매라는 직업이 많이 알려졌고,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직업이 되어버렸죠. 요즘은 작품에 들어가면 감독들이 자주 말하곤 합니다. "아 이건 장소가 전부다!" 물론 다른 직업군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겠지만요. (웃음)

 

 

 

Q. 다음은 누구나 고민하는 이야기에 대한 질문인데요. 어렸을 적 꿈이 무엇이었고, 또 본인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어렸을 때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버지가 사다주신 구형 FM2 카메라를 가지고 꽃 사진을 찍어 여자친구에게 액자에 끼워서 선물하곤 했어요. 그 당시에는 사진 작가도 되고 싶었고, 항공 기술 전문가도 되고 싶었죠. 그렇지만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견문을 넓힐 기회는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아버지가 가진 특유의 성실함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왔던 것이, 제가 성장하면서 가장 큰 원동력으로 적용했던 것 같네요.

 

Q. 그럼 혹시 스무 살이 되어서 어떤 것들을 했는지 기억이 나시는지요?

많이 나죠. 스무 살이 되어서 대학을 갔는데, 첫 번째 하숙집의 열 두 개 방에 총 서른 명의 하숙생이 생활했었어요. 저녁이 되면 모든 형들과 동기들이 당구 치러 나갈 때, 저는 집에서 공부하고 책 읽고 그랬죠. 시골에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돈으로 생활하는데 당구치러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도 당구는 잘 못 쳐요. 그리고 대학 다닐 때는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려고 노력 했었어요. 기타 학원도 다녔었고, 판소리, 소묘데생, 영어 학원에, 연극같은 것도 많이 했었죠.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단단하게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아주 중요한 벽돌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Q. 로케이션 매니저로 살아온 지 십 수 년, 현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라고 꼽히시는데 이 직업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다닌다.” “많이 겪는다.” 그리고 “늘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는 것이에요. 내 친구 중에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라는 직업에 돈도 많이 벌고 예쁜 와이프까지 겸비한 아주 부러운 친구가 있는데, 나한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어요. “너는 참 좋겠다. 나는 항상 아픈 사람들만 보면서 슬픈 표정을 벗을 수가 없는데, 너는 늘 좋은 것만 보고 원하는 곳에 다니면서 행복하게 살지 않느냐. 나는 돈을 덜 벌어도 좋으니 그렇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내가 일을 하면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들은 늘 새로운 것들과 변화되는 것들을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직업 덕에 일반인들이 못 가는 명품관이나 기자들도 못 들어간다는 타워팰리스 옥상도 가보고, 재래시장 마트 등도 새로운 시각으로 가보곤 했죠. 무엇보다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남들은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겪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자 기쁨이죠.

 

Q. 사실 장소를 정하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막막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장소를 선정할 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기준과 어떤 경로를 거치나요?

이건 시간과 비례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1년차는 막막. 2년차는 조금 덜 막막. 5년차는 그보다 덜 막막.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거죠. 2년 전 촬영 헌팅 때 찍었던 사진 한 장이 당장의 미팅에서 확정되는 경우가 있듯이 이 전에 했던 일에서 힌트를 얻어 다음 일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생각의 틀이 넓어지기에 절벽이 아닌 장소에서 절벽을 찍을 줄 알게 되고, 감독이 원하는 장소를 번뜩번뜩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건 경험과 연구량의 비례라고 생각해요. (웃음)

 

Q.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세상이 너무 다변화하고 있죠. 너무 빨라지고 있어요. 요즘엔 업무에 웹하드를 주로 이용하지만, 옛날엔 그런 게 없어서 지방에 내려가서 사진을 찍어서, 프린트해서, 서울로 올라와 바로 미팅에 들어가고 그랬어요. 요즘엔 찍어서 바로 웹하드에 올리는데 요즘엔 그 것도 느려서 핸드폰 메시저로 바로바로 쏘고 그래요. 그래선 YES or NO가 10초안에 갈려요. NO 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다른 대안을 찾으러 또 달려야 해요. 다음 날 오후 2시 촬영이 있는데 장소가 픽스가 안 된 거에요. 우리는 프로니까 실수하면 안 되죠. 다른 팀들은 당연히 우리가 장소를 정할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날짜는 빨리빨리 흐르고 예전처럼 여유롭지 않아요. 스케쥴도 빨리빨리, 촬영장도 가까운 데로, 뭐 이런 시대적인 흐름이 요즘엔 제일 힘들다고 느껴져요.

 

Q. 반면에 일을 하면서 보람찼던 일이나 에피소드가 많으실 것 같아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뭉클했던 적이 여러 번 있죠. 혼자 음악을 들으며 지방으로 출발할 때도 좋고, 감독이 A를 원했지만 더 멋진 장소를 찾아 B를 보여주면서 설득시킬 때도 좋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충북 단양에서 김삿갓 묘를 찾아가려고 언덕을 넘는데, 무슨 사당 같은 곳이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6.25때 그 마을을 지키다가 전사한 경찰들의 추모비였어요. 일곱 구의 무덤이 나란히 있고 담장이 둘러져있고 문을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비석을 읽어보니 북한군이 남하했을 때 마을 사람들을 피난 시켜놓고 젊은 경찰들 일곱 명이서 소총 한 자루씩 들고 마을을 지키다가 전멸했던 자리였던 거죠. 그게 너무 안타깝고 고마워서 풀도 뜯고 물 한 잔씩 올리고 딱 경례를 하고 돌아서는데 무덤 뒤로 석양이 지는 모습이 그 어린 경찰관들이 고맙다고 내게 경례해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마 그런 느낌은 내가 이 직업이 아니었다면 느낄 수 없을 감정이겠죠. 뭐 그런 뭉클했던 일이 많아요. 늘 보람차서 행복합니다.대적인 흐름이 요즘엔 제일 힘들다고 느껴져요.

 

Q. 광고 이외에도 영화, 드라마, 책 등 다양한 분야의 일에 꾸준히 발을 넓히시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나무 뿌리라고 생각하면 되요. 나무 뿌리가 한 방향으로 깊게만 자라있으면 바람이 불었을 때 쉽게 뽑힐 수가 있는데,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은 영화나 드라마, 매거진, 광고, 이벤트에 필요하고 책을 쓰기도 하고, 여행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하고, 강의를 할 수도 있어요. 심지어는 여행 협회에 초청받아 간 적도 있어요. 이처럼 다양한 분야로 넓혀갈 기회가 많아서 뿌리가 옆으로 골고루 자라게 되고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나무가 되는 거죠. 똑같아요. 학생들은 광고를 공부하는 학생들이잖아요? 광고라는 건 현대사회에서 가잘 필수적인 숟가락이에요. 마케팅과 경영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분야를 얼마든지 떠먹을 수 있는 그런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거죠. 여러분들도 그런 점을 생각해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많은 기회를 접하면 좋겠네요. 앞으로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우리나라의 불특정 다수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아카이브를 만들 예정이에요.

 

구글, 게티이미지 같은 것들이 우리나라에도 생기는 것이지요. 사실 요즘 장소는 여행을 가거나 독립여행을 찍거나 이벤트를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할 때 정말 필수적인 요소지만 우리처럼 직접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에는 비용적인 부분에서 많은 고충이 잇죠. 그걸 프로그램화 하는 거죠. 네이버, 다음처럼 검색엔진으로요. 이건 대기업이 돈을 가지고 할 수 없는 것들이고,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일들이죠. 기술을 가진 전문가와 데이터를 가진 우리가 만나서 앞으로 큰 일을 할 예정이에요. 탑 시크릿 프로젝트이지만, 이미 말해버렸네요. (웃음) 이왕 말 한 거 기대해도 좋아요.

Q. 그렇다면, 로케이션 매니저가 이야기하는 여행시 좋은 팁은?

제가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것은,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행은 특정 장소를 가서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는 지 생각하는 과정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금요일 밤이나 일요일 아침에 우리 가족이랑 아무런 계획없이 그냥 짐 챙겨서 떠나요. 그 때 가서 부랴부랴 이것저것 탁탁 찾아가는 그 맛인 거 같아요. 많은 계획을 가지고 떠나면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져요. 계획이 틀어지면 어쩌나 신경 쓰다가 결국 마음대로 다 못 느끼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감성의 플랜이에요.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져야 할 자세와 얻어야 하는 결과물에 대한 것이요.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이 길에서 걷다보면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할까.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고 다녀오면 어느새 훌쩍 큰 느낌이랄까요. 이런 여행을 떠난다면 더 좋은 여행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Q. 마지막으로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20대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우리는 N극과 S극의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부정의 자석, 하나는 긍정의 자석이에요. 철 가루를 늘여놓고 부정의 자석을 훑으면 부정의 것들이 나에게 붙어요. 반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자석을 훑으면 분명히 긍정의 것들이 나에게 붙을 수 밖에 없죠. 인생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NO'라는 마음을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일은 잘 안 되기 시작해요. 제가 현장에 나가서 뭔가를 지시하면 아 그건 어렵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는 직원이랑 한 번 해볼게요 실장님!”이라고 말하는 직원이 있다면 오너로써 당연히 후자의 친구의 손을 잡게 되요. 요즘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그래요. 시작하기 전에 안 될 것 같다고. 오너들은 절대 그런 사람들을 밀어주지 않죠. 젊다는 것은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의식이 젊다는 것을 의미해요. 긍적적 마인드, 진취적 생각, 늘 도전하는 자세가 없다면 젊은 게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막 시작하는 친구들이 어리면서도 젊다‘. 라는 판명을 받으려면 마음으로, 몸으로 늘 노력해야 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이 많아져서 광고판이 더 젊어졌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응원할게요.

 

 

#인터뷰 :  서울예대 광고창작과 김성식, 김효진, 박지수, 유원식, 이현진.

#편집 : 서울예대 광고창작과 김성식, 김효진, 이현진.

 

사람과 공간을 잇다. L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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